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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박한 정보를 전하는 실리비우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병원에 근무하면서 대략 일주일에 한 분의 임종을 지켜봅니다. 임종은 언제나 편하지는 않는 과정입니다. 이제는 무뎌질 때로 무뎌져서 최대한 빠르게 환자분의 임종 시간을 알리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무뎌져도 가끔은 한 번씩 가슴이 함께 아파지는 순간들을 겪게 되기도 하는데요. 지난번에도 새벽에 센치해져서 사망진단서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오늘은 몇 차례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의대생이나 정신과를 공부하면 임종 환자나 암환자, 말기 환자들이 겪는 정신적인 변화에 대한 수업을 듣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Elisabeth Kübler-Ross)라는 정신과 의사는 슬픔의 5단계라고 불리우는 슬픔에 대한 적응단계에 대해 정리 및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The five stages of loss and grief 라고도 하는 슬픔의 단계는 일반적으로 죽음이나 결별, 이혼, 혹은 암 진단을 받았을 경우에 적용을 하며  


1. 부정 Denial and isolation

2. 분노

3. 타협 Bargaining 

4. 절망 Depression

5. 수용 Acceptance 




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면이 많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는 DNR (Do Not Resuscitation) 이라고하는 심폐소생술 거부 환자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가 불필요한 소생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가 될 수 있기때문에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는 것외에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망한 환자분이 돌아가시면 간단하게 몇 가지 생체 징후 (V/S vital sign)을 확인합니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고 심장은 뛰지 않으며 동공 반사가 없으면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간주를 합니다. 그러면 시계를 본 후에 공식적으로 환자의 사망을 알리고 기록합니다. 아마 의사에게 주어진 몇 가지 특권이라면 특권이랄 수 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개인적인으로는 대체적으로 남자 보호자분과 여자 보호자분의 반응이 대부분 다릅니다. 할아버지 할머님들이 돌아가실 때 저희 부모님들께서 그랬듯이 대부분의 남자 보호자들은 돌아가셨는지를 묻고 다른 보호자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해야할 일을 묻는 경우가 많고, 여성 보호자분들은 주저앉아 울면서 고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쓰다듬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이해하기에 그 분들의 반응이 모두 예측되는 모습이지만, 가족들에게 연락을 돌리고나서 뒤돌아서 조용히 고인의 얼굴을 쳐다보면 울음을 참던 한 아들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저 또한 먼 발치에서 그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어쩌면 원치 않아도 언젠가 맞이하게 될 제 부모님과의 이별이 투영이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잃는 슬픔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가장이 아프면 집안이 파탄이 나는 대한민국에서 하루 하루 아플까 쓰러질까 불안해하면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일상에 모두가 슬프게 적응해버린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지만 그 슬픔 가운데 기쁨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은 언제나 나의 가족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서로를 좋아하고 결혼을 하고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인 자녀를 낳고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육아를 해가며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자녀가 크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 



분명히 인생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것 또한 허락받은 축복입니다. 야밤에 오글대는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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