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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실검에 발사르탄 의약품 이름이 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발사르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약품을 개발한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발사르탄은 쉽게 우리 생활 가운데서 사용되고 있는 유명한 약물입니다. 

제 장인어른께서는 약을 잘 드시지 않으시는 편인데요. 본인께서 오랜 기간 연구직에 계시면서 연구의 성과에 대한 회의감도 가지고 계십니다. 이럴때마다 의학을 배운 사람 입장에서 동의하면서도 설득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약은 단지 용량 차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항암제와 같은 약물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반적인 진통제 혹은 물까지도 과다복용하게 되면 독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 발사르탄 사태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번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의 발사르탄 원료에 불순물이 첨가 되었다는 것인데요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kfda)는 2018년 7월 7일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중국산' 발사르탄(Valsartan)'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NDMA)' 이라는 불순물이 첨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 NDMA가 WHO의 IARC(국제보건기구의 국제 암연구소) 기준으로 발암위험성이 있는 2A 카테고리에 속해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중국어 제지앙 화하이(Zhejiang Huahai)사가 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3년간의 발사르탄의 총 제조·수입량은 48만4682kg로 이 중에서 중국 제조사의 발사르탄은 2.8%인 1만3770kg였다고 합니다. 약품 하나가 50mg 정도로 만들어지는 것을 고려했을 때 어마어마한 양의 수입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현재 드러그인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발사르탄 및 제너릭 약품의 이름이 일견 500개가 넘습니다. 현재 밝혀진 바에 따르면 즉시 판매 중지와 제조 중지 대상이 되는 제품은 82개 회사에 219개 품목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국내에 유통된 발사르탄에서는 NDMA가  검출 되지는 않았습니다.



식약청은 현재 조사중이며 제품 회수 및 폐기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예방 조치로 당장 회수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고혈압약이나 심장약을 드시는 분들은 즉시 발사르탄이 포함되었는지 확인해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이 심각한 이유는 발사르탄이라는 약물이 고혈압 약물이라는 것입니다. Valsartan은 정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 (ARB, 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입니다. 고혈압 치료 및 심부전 등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기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어린이들도 사용하고 있는 양물입니다. 보통 1일 2회 40mg에서 160mg까지도 처방이 되는데요. 일반적으로 큰 부작용이 걱정되는 약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고혈압 약물은 그 특성 상 날마다 일정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약물이기때문에 발암물질인 NMDA를 날마다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약품의 제조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여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이전에도 수액팩 안에 벌레가 들어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에도 운반과정 등에서 발생한 일이라고생각했었습니다. 실제로는 수액 세트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요. 수액세트는 수액팩과 환자의 몸을 연결해주는 실리콘 관 일체를 말합니다. 당시에도 싸구려 수액세트 문제가 대두되었었습니다.



사실 의료기관에서 각종 약품 의료 용품을 비싸게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생입니다. 플라스틱으로 꽁꽁 쌓여 있는 안쪽에는 완벽하게 세균이 침입하지 못 했다고 믿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환자의 몸에 그 어떠한 처치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또한 수액 안에는 벌레는 커녕 단 한 마리의 세균도 남아 있지 않아야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믿고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는 얼마든지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병원에 도달하기 전부터 물품이 오염이 되어 있거나 약품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바로 그런 사건입니다. 과거 모 성형외과에서는 '프로.포폴'을 앰플에서 뽑아 냉장보관을 하여 사용을 하거나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정신이 나간 짓을 한 경우로 큰 사고를 쳤었습니다. 


프로포폴 재사용 환자 사망

(메디컬 투데이 2015.10)


하지만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만 과거에 제가 근무하던 병원에서는 특정 병원에서 사용하는 중국산 혈압상승제 성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병원에서 응급실로 중국산 혈압상승제를 달고 오면 혈압 상승이 잘 되지 않아 수액부터 갈아주면 혈압이 교정된다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약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현대 의학의 근간은 흔드는 일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을 수도 있는 항암제를 사용하고 항암제는 독약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나노 의학은 소수점짜리 하나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손에 닿기 전에 완벽하게 그 용량과 순도가 조절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발언인지 모르겠지만 말을 덧붙이겠습니다. 저는 월급쟁이 의사이므로 아무래도 병원의 수입보다는 조금이나마 중립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세계 최고입니다. 어쩌면 세계를 대상으로 더 발전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마치 의료조차도 비전문가들이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원가를 절감하고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식은 이미 많은 부작용을 내고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실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금전 말씀드렸던 혈압상승제 역시 마찬가지이며, 실제로 몇 년 전부터 포괄수과제 이후 수술실에서 등장한 중국산 수술실은 수술 중 훨씬 더 높은 빈도로 뚝 끊어집니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양심을 파는 의사들도 문제입니다. 처벌 받아야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환자의 건강을 볼모로 믿을 수 없는 인증 시스템을 가지고서 더 낮은 가격의 의료용품을 찾는 아찔한 줄다리기는 지금 바로 멈춰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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